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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5대 관전 포인트 - 국제유가] 50~60달러 ‘골디락스’ 시대 이어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01 00:01

 

 

원유시장이 ‘골디락스’에 접어들어 오랫동안 머물 것인가. 골디락스(너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상태)는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가리킨다. 거시경제가 골디락스라는 말은 경제가 지나친 물가상승이 우려될 만큼 과열되지 않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원유시장이 골디락스라면 수요와 공급이 적당한 가격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적당한 국제유가는 산유국으로서는 마진을 확보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수준이고, 수요국에는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OPEC 합의 꼼수라는 지적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골디락스 유가를 50달러대라고 본다. OPEC은 2016년 11월 정기총회에서 감산에 합의한 후 목표 가격대를 배럴당 55~60달러로 제시했다. 감산 합의 이후 아랍걸프스테이트인스티튜트의 원유 전문가 왈리드 카두리는 “OPEC 회원국들은 배럴당 50~60달러 사이의 골디락스 존에서 유가가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폭등·폭락 가능성 작아…OPEC 감산 합의 이행 여부가 최대 변수

 

이 기관은 아랍 걸프 국가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운영하는 연구 기관이다. 앞서 OPEC 회원국들은 배럴당 50달러가 원유의 ‘공정한 균형가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배럴당 50달러대는 원유 수요국으로서도 수용할 만한 가격대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준으로 할 때 2014년 상반기 이전에는 최고 110달러선까지 기록하며 80달러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한 후 국제 유가는 50달러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2015년 이후 3개월 남짓을 제외하면 50달러 아래에 머물렀고 2016년 2월 중순엔 최저 26.2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 유가는 50~60달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골디락스 시대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측면을 보면,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해 원유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지는 않을 듯하다. 공급 측면에서는 50달러대에서 대기하고 있는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이 유가의 완충 요인이다. 가격이 60달러를 넘어 상승하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하면서 상승압력을 해소할 수 있다.

 

유가가 골디락스 존을 벗어나도록 할 요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증가하는데,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이 유가 상승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재고가 줄어들면서 유가는 한동안 골디락스 존보다 높게 올라가 그 수준에 머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감산 합의가 국제 원유시장 수급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 이때는 유가가 50달러대에서 밀려나 다시 약세를 띨 수 있다.

 

첫째 요인을 보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자본이 달리기 때문에 50달러 언저리의 유가에서는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은 2010~15년 호황기에 생산능력을 확충하느라 빚을 많이 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분위기를 전한 후 “미국 셰일산업이 다시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엔 12~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이번 감산 합의에는 곳곳에 빈틈이 있다. 우선 이번 합의는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이고,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약속된 바가 없다. 산유국들은 생산을 줄이면서도 국제 원유시장에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바클레이즈증권은 “일부 국가들이 12월에 생산량을 대거 늘린 후 내년 상반기 중 수출 물량으로 쓸 수도 있다”며 꼼수를 지적했다.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감산 합의도 합의일 뿐 각국이 지키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다. 초기에 감산이 제대로 이행돼 유가가 오르면, 이는 각국이 감산 합의를 깰 유인이 된다.

사우디 적극 감산 … 사우디아람코의 기업공개용?

이런 구멍이 있지만 이번 감산 합의는 유가를 상향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렇게 되도록 계속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 본다. 사우디는 하루 120만 배럴로 정한 감산 물량 중 가장 많은 48만6000배럴을 떠안았다. 이는 이라크가 감산하기로 한 21만 배럴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사우디는 또 이란의 증설을 허용하고 대신 감산을 자처하면서까지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는 감산으로 유가를 끌어올려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다. 바로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기업공개(IPO)다. 유가가 50달러 아래의 약세를 벗어난다는 전망이 뒷받침돼야 사우디아람코의 IPO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사우디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를 다각도로 육성한다는 ‘비전 203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실행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국채 발행과 사우디아람코의 IPO다. 석유 부문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42%, 재정수입의 88%를 기여한다. 석유 수입 감소로 사우디 정부의 GDP 대비 재정수지는 2014년 -2.3%로 적자전환됐고 2015년에는 -15%로 더 악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사우디의 경제성장률이 전년도 3.4%보다 크게 낮은 1.3%에 그치리라고 전망했다. 유가가 60달러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2017년 경제성장률은 0.8%로 더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가 앞서 가는 것일 뿐, 원유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다. 원유 수요가 일정 시점 이후 감소하는 ‘수요 피크’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6년 11월 ‘원유산업 심판의 날(Oil Industry’s Day of Reckoning)’ 기사에서 “사우디아람코와 로엘더치셸 같은 글로벌 산유 업체들이 이른바 수요 피크를 조용히 예상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수요 피크에 대해 OPEC은 2040년까지 원유 수요는 끄덕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이지 수요 피크는 닥칠 것이고,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WSJ는 유럽의 원유 수요가 2015년 하루 1170만 배럴에서 2019년에는 1080만 배럴로 감소하리라는 IEA의 예상을 전했다. WSJ는 또 만약 정부가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보급이 속도를 내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수요 피크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소개했다.

 

국제원유의 2014년 하반기 이후 약세는 사우디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이 자초했다. OPEC 국가들은 미국 셰일오일을 견제해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증산에 나섰고, 그 결과 저유가의 늪에 빠져 허덕였다. OPEC 국가들은 그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 것이다. 산유량을 조절해 유가를 유지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가지는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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